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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생활/영화 드라마

멕시코 디아 데 무에르토스(Dia de Muertos, 죽은 자들의 날, 망자의 날)를 얘기하는 두 영화, 더 북 오브 라이프와 코코, 매력적인 라 무에르떼(라 까뜨리나) 그리고 프리다 칼로

by 로썸♪ 2020.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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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멕시코인도 아니고, 멕시코에 사는 것도 아니지만🤣) 망자의 날을 맞아 디아 데 무에르토스를 소재로 만든 두 영화, <더 북 오브 라이프(2014)><코코(2017)>를 복습했습니다. 망자의 날, 디아 데 무에르토스는 죽은 자들을 기억하면서 명복을 비는 멕시코의 기념일로 11월 첫 번째 날부터 두 번째 날까지 이어집니다. 할로윈 분장으로 많이 유명해진 라 까뜨리나 드레스를 입은 해골 분장을 길거리마다 볼 수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제단을 차리고 조상들의 사진을 올려놓는 것이 언뜻 한국의 제사문화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지만 좀 더 엄숙한 분위기의 한국의 제사와 달리 죽은 자들이 생전에 즐기던 술, 장난감, 물건 들을 올려놓기도 하고, 죽은 자들을 기리며 웃고 노래하고 즐기는 유쾌한 축제입니다.

 

 

Coco [dt./OV]

Coco [dt./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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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디아 데 무에르토스를 소재로 만든 영화 

처음 영화 <코코>를 보았을 때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기억을 더듬어봤더니 몇 해 전 비행기에서 봤던 영화 <더 북 오브 라이프> 때문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코코>의 트레일러가 나왔을 때 표절 논란이 있었으나 개봉 후에는 다른 서사구조로 표절 논란은 사라졌다고 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저처럼 뭔가 비슷한 걸 본 거 같은 인상이 들어 그랬나 봅니다.

더 북 오브 라이프와 코코의 포스터  

막상 두 영화를 보고 비교해보면 망자의 날이라는 소재와 마리아치가 되고 싶어 하는 주인공이 어떠한 이유로 사후세계로 넘어가게 된다는 캐릭터 설정을 빼면 주제도 전개도 완전 다른 영화입니다. 멕시코의 망자의 날이 생소한 사람들에게는 이 정도면 주요 세계관을 가져온 것이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실제로 누군가가 망자의 날이 사후세계로 넘어갔다 온다는 설정은 꽤 흔한 설정이라고 합니다. 마치 크리스마스에 산타가 선물을 배달하고 투스 페어리가 이를 가져가고 금화를 준다는 설정과 같다고 하니 좀 이해가 갑니다. 

형형색색 색감이 아름다운 디아 데 무에르토스를 소재로 삼아서 그런지 두 영화 모두 보는 눈이 매우 즐거운 영화입니다. 온갖 튀는 색의 향연이 벌어지는데 정신없지 않고 잘 어울리며 축제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이런 사후세계라면 즐겁게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북 오브 라이프>와 <코코>에는 마리아치(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뮤지션)가 되고 싶어 하는 마놀로와 미구엘이 등장합니다. 둘 다 가족들은 이를 반대하고 가업을 있기를 바란다는 점이 비슷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사후세계에 가게 되는 이유, 그리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동력은 매우 다릅니다. 마놀로는 사랑을 중간에 두고 친구와 경쟁하다가 계략에 의해, 미구엘은 조상의 허락을 받아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뮤지션이 되기 위해 자발적으로 죽음의 세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두 사람은 과연 사후 세계를 넘어 원하는 바를 이루었을까요?😊

영화 <더 북 오브 라이프>에서 마리아를 두고 경쟁하는 절친 호아킨과 마놀로 / 영화 <코코> 사후세계에서 조상들을 만난 미구엘 

<더 북 오브 라이프>는 뛰어난 아트에 비해서 내용이 좀 아쉬웠습니다. 삼각관계 스토리가 진부하기도 했고, 인물들이 굉장히 평면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순수하게 아동용이라기엔 사랑을 위해서 친구를 배신하고 계략에 의해 죽음의 세계로도 넘어간다는 것이 애매하고, 어른도 보고 즐기기엔 지나치게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트 보는 재미가 있어서 가볍게 보기에 좋습니다.

<코코>는 애니메이션의 거장 픽사답게 어른을 위한 동화로 아이도 어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아이들에게 영화 보여주려 같이 들어갔다가 부모님들이 다 울면서 나왔다는 영화로도 유명합니다. 다양한 캐릭터와 적절한 팝컬처가 섞인 것이 보는 내내 어깨를 들썩이게 합니다. 3대가 함께 보기에도 너무 좋은 영화입니다. 영화 후반이 되면 영화 제목이 왜 코코인지를 알게 되는데 이때 정말 마음이 많이 울컥했습니다. 

두 영화에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그중 제가 굉장히 좋아했던 캐릭터 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라 무에르떼, 라 까뜨리나 <더 북 오브 라이프(2014)>

<더 북 오브 라이프> 영화 속 라 무에르떼(라 까뜨리나)와 멕시코 시장의 라 까뜨리나 피규어 

라 무에르떼(La Muerte)와 그녀의 남편 시발바(Xibalba)는 사후세계를 관장하는 신입니다. 지난 내기의 결과로 라 무에르떼는 기억되는 자들의 나라(The Land of the Remembered)를, 시발바는 잊힌 자들의 나라(The Land of the Forgotten)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부부가 마리아가 마놀로와 호아킨 둘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를 두고 내기를 하면서 이야기가 진행이 됩니다.

라 무에르떼는 멕시코 죽음의 여신 '산타 무에르떼'를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입니다. 외형은 1900년대의 화가 호세 과달루페 포사다가 창조한 '라 까뜨리나'와 흡사합니다. 실제로 영어판 영화에서는 라 무에르떼라고 하는데 남미 버전에서는 라 까뜨리나로 더빙되었다고 합니다. 

'죽으면 부유함도, 피부의 색도, 어떤 사회에 속해있는지도 상관없이 결국 모두 해골이 된다.' 깃털과 꽃이 잔뜩 달린 모자를 쓰고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해골 라 까뜨리나는 당시 귀족적인 유럽인들처럼 되고 싶어 했던 사람들에게 본인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려고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풍자 그림이었으나 후대에 들어서는 망자의 날의 상징 중 하나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영감을 주는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너무 매력적이지만 탄생 배경을 알고 보면 더 흥미로운 라 무에르떼, 더 북 오브 라이프 2에서는 남편 시발바와의 이야기가 더 나올 예정이라는데 기대해봅니다.

프리다 칼로 <코코(2017)>

<코코> 영화 속 사후세계의 프리다 칼로와 생전의 프리다 칼로 사진

코코에서 반가워서 절로 탄성이 나왔던 캐릭터는 바로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입니다. 독특한 화풍 그리고 짙은 일자 갈매기 눈썹으로 유명한 프리다 칼로는 어릴 적부터 소아마비, 교통사고, 수십여 차례의 수술, 남편의 여성편력, 유산과 불임 등으로 고통과 절망이 반복되는 기구한 삶을 살았습니다.

미술시간에 프리다 칼로에 대해서 배운 뒤 프리다 칼로와 그녀의 그림을 찾아보다가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한 사람에게 이렇게 많은 불행이 집중될 수 있나 싶을 정도인데 그녀는 그러한 신체적 불편과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고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사실이 용기와 영감을 줍니다. 프리다 칼로의 그림에는 고통을 이겨내며 자신을 관찰한 다양한 자화상들이 많습니다. 때로 기괴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그녀의 자화상들의 담담한 눈빛을 마주하면 그녀의 고통, 삶에 대한 의지, 그녀의 매력적인 그림만큼이나 강인한 정신에 감동하게 됩니다.

영화 속 프리다 칼로는 사후세계에서 여전히 재능을 뽐내며 예술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후세계에서나마 불편과 고통 없이 자유롭게 그녀가 작품 활동을 해나갈 수 있길 바라봅니다. 

라 무에르떼와 프리다 칼로, 둘 다 흥미로운 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그 이름만으로도 멕시코를 대표할 수 있는 캐릭터라서 너무 찰떡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죽은 자의 날을 소재로 하는 단편 애니메이션 Dia De Los Muertos(2011)를 소개하면서 이 글 마칩니다.

단편 애니메이션 Dia De Los Muertos 2011년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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